배란촉진제가 쌍둥이 임신 확률을 높인다?  

 

“쌍둥이를 갖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올해 3월 결혼한 임모(32·경기도 안양)씨는요즘 ‘쌍둥이앓이’를 하고 있다. 쌍둥이가 등장하는 TV프로그램은 빠지지 않고 본다. 쌍둥이 임신과 출산을 소개한 기사는 빠뜨리지 않고 모은다. 며칠전에는 병원을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 임씨는 “명백한 난임(難妊)이 아니더라도 배란촉진제를 맞으면 쌍둥이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사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쌍둥이 출산에 대한 관심이 요즘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육아커뮤니티에는 하루에 몇 개씩 ‘쌍둥이 낳는 비법’을 묻는글이 올라온다. 방송에 나온 유명 연예인들이 낳은 쌍둥이들이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임씨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쌍둥이가 많다”며 “다들 예쁘게 키우는 걸 보면 한 번 출산으로 두 명의 아기를갖는 것도 큰 기쁨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쌍둥이 증가율 

 

지난해 국내 신생아 중 3.29%가 쌍둥이 또는 그 이상이었다. 쌍둥이가 3.24%, 세 쌍둥이 이상이 0.06%다. 10년 전인 2003년(2.02%)과 비교해 10년 만에63% 증가했다. 자연 임신으로 쌍둥이가 생길 확률은1% 정도다. 일란성 쌍둥이는 100명당 0.4명, 이란성 쌍둥이는 인종별로 다르다. 아시아 지역은 100명당 0.43명정도다. 유전적 내력이 있거나 산모의 나이와 출산 횟수가 많을수록 쌍둥이 확률은 높아진다. 배란을 촉진하는 난포자극호르몬(FSH)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정진훈 교수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쌍둥이의 비율은고정돼 있다”며 “쌍둥이가 이렇게 늘어난 건 난임치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임치료는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시험관 아기)이 대표적 사례다. 배란촉진제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난자를 만들거나수정된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다 보니 쌍둥이 확률이 높다. 인공수정의 쌍둥이 임신 확률은 최대 15%, 체외수정은 50% 수준으로 보고돼 있다.

고소득 국가에서 쌍둥이 임신의 30~50%는 시험관 아기시술의 결과 

 

서울대 여성연구소 하정옥 책임연구원은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에서 쌍둥이임신의 30~50%는 시험관 아기 시술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고말했다. 난임치료가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의 쌍둥이 출산율은3.44%(미국 국가보건통계청, 2012년 기준)로한국보다 조금 높다.

쌍둥이 출산은 산모와 태아에게 모두 위험 

 

전문가들은 쌍둥이 출산이 기쁨만큼 위험도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강남 차병원 산부인과 심성신 교수는 “의학적으로 쌍둥이 출산은 산모와 태아에게 모두 위험하다”고 말했다. 먼저 쌍둥이는 자궁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부터 어렵다. 대한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쌍둥이의 경우 자연유산될 확률이 한 명을 임신한 경우보다 세 배 이상 높다. 임신 초기에 쌍둥이로 진단을 받아도 20%는 사산(死産)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산(早産)과 저체중의 위험도 10배 이상높다.

실제로 통계청의 지난해 출산통계에 따르면 쌍둥이 조산율(37주 이전에출산하는 비율)은 56.5%, 저체중아 비율(체중 2.5㎏ 미만)은 56.8%다. 한 명을 출산할 경우는 각각 4.8%, 3.8%에 그쳤다. 자궁 내부의 좁은 공간에 여러 태아가성장하다 보니 그렇다. 산모가 임신성당뇨나 임신중독증으로 고통 받을 확률도 20배가 넘는다. 심 교수는 ＂불필요하게 과배란 촉진제를 맞으면 신체리듬이 깨져 다음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심할 경우 난소에 상처가 생겨 난소암의 위험 요인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쌍둥이 임신은 난임치료의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국가에서 한 번에 이식하는 배아의 수를 규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초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한영국은 법률적 기구를 통해 40세 미만은 두 배아 이상 이식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스웨덴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시험관 시술에서 단일 배아를 이식해야 한다는 점을 일반 법령에 명시하고있다.

서울대 하정옥 책임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전체 시술의 70% 정도가 3개 이상의 배아를 이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정부가 산모와 아기의 건강보호 차원에서라도 난임시술과 쌍둥이출산 문제에 대해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